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지는 운명을 가진 남자 벤자민의 일생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의 사랑, 이별, 성장과 퇴행의 과정을 감각적인 연출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거꾸로 가는 시계와 벤자민의 탄생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한 병원에서 벤자민 버튼이 태어납니다. 그러나 그는 갓난아기임에도 80대 노인의 외모와 질병을 지닌 채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산후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아버지 토마스 버튼은 아기를 괴물이라 여겨 양로원 앞에 버리고 떠납니다. 양로원의 운영자 퀴니는 그를 거두어 양아들로 삼고 정성껏 키웁니다.
외형은 노인이지만 마음은 어린아이였던 벤자민은 다양한 양로원 사람들을 만나며 자랍니다. 피그미 오티, 피아노를 가르쳐 준 메이플 부인, 선박의 마이크 선장 등은 그의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 시기에 이웃집 소녀 데이지와 처음 만나 비밀을 나누게 됩니다.
세상으로의 첫 걸음과 사랑의 시작
성장이 거꾸로 진행되는 벤자민은 시간이 흐를수록 외모가 젊어집니다. 청소년기의 그는 선박 일에 나서고, 마이크 선장과 함께 항해하며 세상을 경험합니다.
러시아 호텔에서 엘리자베스 애벗을 만나 짧은 사랑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주만 공습 이후 참전한 전쟁에서 많은 동료를 잃게 되고, 마이크 선장 역시 전사합니다.
전쟁이 끝나 귀향한 벤자민은 양로원에서 성인이 된 데이지와 재회합니다. 하지만 가치관과 생활 방식의 차이로 가까워지지 못합니다. 이 시기 친아버지 토마스가 자신이 부친임을 고백하고 재산을 상속합니다.
데이지와의 재회와 가족의 탄생
세월이 흘러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데이지가 뉴올리언스로 돌아옵니다. 이제 나이대가 비슷해진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퀴니의 죽음 이후, 벤자민과 데이지는 작은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안정된 시간을 보냅니다. 1969년, 딸 캐롤라인이 태어나지만 벤자민은 점점 젊어지는 자신의 운명 때문에 언젠가 가족에게 짐이 될 것을 두려워합니다.
결국 딸의 첫 돌이 지난 후, 모든 재산을 데이지 앞으로 남겨두고 홀로 떠납니다.
방랑과 마지막 재회
세계를 여행하며 방랑한 벤자민은 수년 후 돌아와 훌쩍 자란 딸과 재혼한 데이지를 만납니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그는 데이지를 붙잡지 않고 떠납니다.
세월이 흘러 치매가 시작된 벤자민은 다시 양로원으로 돌아옵니다. 데이지는 매일 찾아와 그를 돌보며 점점 어려져 가는 그를 지켜봅니다.
기억을 잃고 어린아이의 모습이 된 벤자민은 마침내 갓난아기가 되어 데이지 품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끝과 시작
현재 시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아치는 병원에서 늙은 데이지는 딸 캐롤라인에게 벤자민의 일기를 읽어주고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영화는 벤자민이 만난 사람들의 회상과 함께, 물에 잠기는 거꾸로 가는 시계 장면으로 끝맺습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이 영화는 2008년 말 개봉과 동시에 독특한 설정과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의 호연으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데이비드 핀처 특유의 세밀한 연출과 시대를 아우르는 장면 구성, 주인공의 변화를 표현한 특수분장과 CG 기술은 특히 주목받았습니다. 관객들은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인생”이라는 참신한 소재에 감탄했고, 사랑과 인생의 유한함을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 감동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3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품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벤자민의 시계 장면, 데이지의 교통사고 연출, 시대별 변화를 세밀하게 그린 미장센은 장기간 회자되었습니다.
흥행 면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3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한 작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이 영화를 통해 “시간과 인간의 삶의 무상함”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누구나 늙고 변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랑과 관계는 여전히 가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특이사항으로, 벤자민의 나이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첨단 CG와 실제 배우의 표정을 합성하는 혁신적인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영화 전반에 걸친 색감 변화와 시대별 소품 배치는 시간의 흐름과 인물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반영했습니다.
4. 감상평
이 영화는 “시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매우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벤자민의 인생은 우리와 반대로 흐르지만 결국 그가 겪는 사랑, 이별, 상실은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감정이었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나이 차이가 점점 줄어드는 순간부터 다시 벌어지는 과정은 인생의 덧없음을 절실히 느끼게 합니다.
벤자민과 데이지가 같은 나이대에서 누린 짧은 행복은 오히려 그 유한함 때문에 더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영화가 죽음을 어둡게만 그리지 않고 삶의 한 과정으로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거꾸로 살아도 결국 결말은 같다는 사실이 지금의 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합니다.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고, 주제적으로도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