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케인(Citizen Kane,1941):언론 재벌 케인의 유언 ‘로즈버드’ 비밀 추적, 그의 고독한 삶

시민 케인(Citizen Kane,1941):언론 재벌 케인의 유언 '로즈버드' 비밀 추적, 그의 고독한 삶
시민 케인(Citizen Kane,1941):언론 재벌 케인의 유언 ‘로즈버드’ 비밀 추적, 그의 고독한 삶

1941년 오슨 웰스 감독의 데뷔작으로, 언론 재벌 찰스 포스터 케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케인이 숨을 거두며 남긴 “로즈버드”라는 마지막 유언의 의미를 파헤치려는 기자의 시선을 따라 그의 성공과 몰락, 그리고 고독한 삶을 그려냅니다. 실존 인물인 언론계 거물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혁신적인 촬영 기법과 편집으로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보

  • 제목: 시민 케인 (Citizen Kane)
  • 개봉연도: 1941년 5월 1일 (미국 개봉 기준)
  • 감독: 오슨 웰스 (Orson Welles)
  • 장르: 드라마, 미스터리
  • 러닝타임: 119분
  • 제작국가: 미국
  •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찰스 포스터 케인의 마지막 순간, 미스터리한 유언 “로즈버드”

영화는 플로리다에 위치한 거대한 저택 제나두의 쓸쓸한 전경으로 시작됩니다. 한때 미국 언론계를 주름잡던 거물 찰스 포스터 케인이 늙고 병든 채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그의 손에 들린 유리 공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순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단어는 “로즈버드(Rosebud)”였습니다.

이 단어는 즉시 언론의 큰 화제가 되며 모두의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뉴스 영화사 소속의 젊은 기자 톰슨은 이 수수께끼 같은 단어의 의미를 파헤치기 위해 케인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케인의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그의 일생을 조명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과 예기치 못한 막대한 유산

기자 톰슨은 먼저 케인의 후견인이었던 고(故) 월터 파크스 대처의 회고록을 살펴봅니다. 이를 통해 케인의 숨겨졌던 어린 시절이 드러납니다. 콜로라도의 시골 마을에서 가난하게 살던 케인의 가족은 우연히 금광을 상속받아 하루아침에 막대한 부를 얻게 됩니다.

케인의 어머니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그를 동부의 명문가 출신 후견인 대처에게 맡기기로 결정합니다. 눈밭에서 썰매를 타며 행복하게 놀던 어린 케인은 영문도 모른 채 강제로 가족과 헤어져 떠나게 됩니다. 이 갑작스러운 이별은 그의 평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됩니다. 성인이 된 케인은 대처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과 함께 자신이 소유하게 된 신문사 ‘뉴욕 인콰이어러’의 경영권을 넘겨받습니다.

언론 제국의 탄생, 이상과 권력 사이의 변질

케인은 엘리트주의적인 대처와는 달리, 대중의 편에 서서 부패한 정치인들과 싸우는 신문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언론 사업에 뛰어듭니다. 그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으며 신문사를 성공시킵니다. 그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뉴욕 인콰이어러’는 단기간에 미국 최고의 신문으로 성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첫 번째 부인 에밀리 노튼과 결혼하며 사회 지도층 인사로 자리매김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초기의 순수한 이상은 점차 퇴색되고, 오직 더 큰 권력과 영향력을 손에 넣으려는 욕망만이 그의 삶을 지배하게 됩니다.

정치적 몰락과 파탄 난 인간관계의 비극

언론을 이용해 대중의 지지를 얻은 케인은 직접 뉴욕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며 정치적 야망의 정점을 노립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그의 정적인 부패한 짐 게티는 케인이 무명 가수인 수전 알렉산더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이 스캔들로 인해 케인은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하게 되고, 첫 번째 아내 에밀리와도 이혼합니다. 그는 대중의 비난 속에서도 수전에 대한 사랑을 택하고, 곧바로 그녀와 재혼합니다. 이후 케인은 재능이 없던 수전을 억지로 유명 오페라 가수로 만들려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수전마저 그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2. 결말: 제나두에서의 고독한 말년과 “로즈버드”의 진실

모든 인간관계를 파탄 내고 홀로 남은 케인은 자신이 직접 설계한 거대한 저택 제나두에서 고독한 말년을 보냅니다. 방대한 예술품과 사치스러운 물건들로 가득 찬 저택이었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온기나 행복은 없었습니다. 결국 기자 톰슨은 “로즈버드”의 의미를 밝혀내지 못한 채 취재를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 제나두의 창고에서 불타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관객들만이 그 비밀을 알게 됩니다. 불길에 휩싸여 타들어 가는 낡은 나무 썰매. 그 썰매에는 케인의 어린 시절 이름과 함께 “로즈버드”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이는 케인의 모든 성공이 결국 잃어버린 유년 시절의 순수함과 행복을 되찾으려는 헛된 시도였음을 보여주며, 강렬한 허무함을 남깁니다.

3. 개봉 당시 이슈

영화 ‘시민 케인’은 현재 역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개봉 당시에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당시 미국의 거물 언론 재벌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삶을 모델로 했기 때문입니다. 허스트는 자신의 신문 제국을 동원해 영화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상영 금지 운동까지 벌였습니다. 이로 인해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고, 당시 관객들은 스캔들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영화 자체를 온전히 즐기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영화의 진가가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25세의 젊은 나이에 감독, 제작, 각본, 주연을 모두 맡은 오슨 웰스의 천재성은 놀랍습니다. 특히 딥 포커스 촬영 기법의 활용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습니다. 화면의 전경부터 후경까지 모두 선명하게 초점을 맞춰 관객이 능동적으로 화면 속 정보를 해석하게 하는 이 기법은 후대 영화 제작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플래시백을 활용한 비선형적 스토리텔링 방식도 무척 독창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예술적 혁신 덕분에 ‘시민 케인’은 1960년대 이후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세계 100대 영화’ 순위에서 수십 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등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유산이 되었습니다.

4. 감독의 메시지

오슨 웰스 감독은 ‘시민 케인’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고독,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주인공 찰스 포스터 케인은 막대한 부와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정작 내면은 외롭고 쓸쓸한 인물입니다. 감독은 케인의 삶을 통해 물질적인 성공이 진정한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며, 인간관계의 파탄 속에서 결국 과거의 순수했던 시절을 그리워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핵심인 “로즈버드”는 잃어버린 유년 시절의 행복과 순수함을 상징합니다. 케인은 평생을 통해 무언가를 얻으려 노력했지만, 그 모든 성공의 정점에서조차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꼈던 것입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한 인간의 일생을 하나의 단어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며, 진정한 가치는 부나 명예가 아닌, 소중한 추억과 따뜻한 인간관계에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