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루클린의 한 흑인 동네에서 무더운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인종 갈등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피자 가게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동네에서 작은 갈등들이 쌓여 폭동으로 번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를 강렬하게 고발한 작품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무더운 브루클린에서 시작된 하루
브루클린 베드포드-스타이브슨 지역은 아침부터 뜨거운 열기로 가득합니다.
DJ 러브 대디의 라디오 방송이 동네의 하루를 깨우고, 주민들은 더위를 견디며 골목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탈리아계 샐과 두 아들 피노, 비토는 피자 가게를 열고 영업을 준비합니다. 피노는 흑인 고객을 탐탁지 않게 여기며 짜증을 내지만, 무키는 평소처럼 배달 일을 시작합니다. 동네 노인 메요는 샐에게 청소 일을 돕고, 흑인 청년들은 메요를 비웃으며 작은 긴장감을 드러냅니다.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여 가는 낮 시간
동네는 인종이 뒤섞여 있어 서로를 향한 편견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버긴아웃은 샐의 가게 벽에 걸린 ‘이탈리아계 유명인 사진’만 보고 불만을 터뜨리며 흑인 사진도 걸라 요구합니다. 샐은 “여긴 내 가게다”라며 거절해 갈등을 키웁니다.
라디오 라힘은 볼륨을 크게 틀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합니다.
무키를 만나선 ‘사랑과 증오’에 대해 주먹 문신을 보여주며 짧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편 아이들은 소화전을 터뜨려 물놀이를 하고, 경찰은 이를 막으며 흑인 청년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백인이 흑인 청년의 운동화를 실수로 밟으며 작은 싸움이 벌어지고, 한국계 상점주와 흑인 청년들도 서로를 비하하며 긴장이 높아집니다.
갈등이 고조되는 저녁 – 작은 사건들이 폭발의 전조가 되다
저녁이 되자 더위는 식지 않고 사람들의 감정은 더욱 예민해집니다.
샐은 영업 종료를 앞두고 “무키는 가족 같은 존재”라고 말하며 기분 좋은 하루를 정리하려 하지만, 거리에서는 라힘과 동네 청년들이 불만을 쌓아 갑니다.
그날 밤, 영업시간이 지난 가게에 버긴아웃, 라디오 라힘, 청년들이 찾아옵니다. 라힘은 라디오를 켜둔 채 주문을 하려 하고, 샐은 “음악을 끄라”고 강하게 요구합니다. 결국 샐은 라힘의 라디오를 부숩니다.
라힘은 분노해 샐과 몸싸움을 벌이고, 청년들은 가게 안으로 밀려 들어와 혼란이 커집니다.
라디오 라힘의 죽음과 폭동
경찰이 출동해 라힘을 제압하지만, 과잉 진압으로 라힘의 목이 졸려 현장에서 사망합니다.
이를 목격한 군중은 충격과 분노에 빠지고, “샐이 라힘을 죽게 만들었다”며 샐과 피자 가게를 몰아붙입니다.
이때 무키는 잠시 고민하다가 쓰레기통을 들어 가게 창문을 깨뜨립니다.
이 행동은 군중에게 신호가 되고, 청년들은 가게 안으로 돌진해 가게를 불태웁니다.
샐과 아들들은 가까스로 빠져나오고, 밤새 동네는 폭동으로 뒤덮입니다.
다음날의 잔해 – 남은 것은 상처뿐
다음 날 아침, 거리에는 타버린 가게와 폭동의 흔적만 남습니다.
러브 대디는 “새로운 하루”라고 말하지만, 동네 분위기는 전날의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무키는 샐을 찾아가 배달 수당을 요구하고, 샐은 격해진 마음으로 500달러를 던집니다.
무키는 다시 250달러를 되돌려주며 “당신 몫”이라고 말하고 돌아섭니다.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이 복잡하게 남습니다.
영화는 말콤 X와 마틴 루터 킹의 상반된 메시지 인용문을 제시하며 관객에게 “올바른 선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기고 끝납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개봉과 동시에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1980년대 미국은 인종차별, 경찰 폭력, 도시 빈민 문제 등이 연이어 발생하던 시기였고, 영화 속 장면들은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며 사회적 논쟁을 촉발했습니다. 특히 라디오 라힘이 경찰의 목조르기로 사망하는 장면은 이후 실제로 일어난 여러 사건들과 연결되어 더 큰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비평가들은 스파이크 리 감독의 연출을 높이 평가했고,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미장센, 힙합 음악을 통한 리듬감 있는 구성은 당시 독창적인 스타일로 평가받았습니다. 영화는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고,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사회적 파급 효과는 엄청났으며, “미국 인종사에서 꼭 보아야 할 영화”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사회 문제를 다룰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3. 감독의 메시지
스파이크 리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다른 존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 속 누구도 100% 선하거나 악하지 않으며, 갈등의 원인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감독은 관객에게 어떤 행동이 ‘올바른 일’인지 스스로 판단하라고 요구합니다.
또한 결말에서 제시되는 두 인용문—말콤 X의 급진적 저항과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 사상—은 영화가 던지는 핵심 질문을 상징합니다. 폭력을 막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감독은 답을 제시하지 않고, 질문을 관객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4. 감상평
단순한 인종 갈등 영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특히 작은 말다툼부터 경찰 폭력까지 계속 쌓이는 긴장감을 보며, 사회 문제는 한 사건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오해와 편견이 이어져 폭발하는 것임을 느꼈습니다.
무키가 유리창에 쓰레기통을 던지는 장면은 폭력이 아니라 절망감의 상징처럼 느껴졌고, 라디오 라힘의 죽음은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현실이라 더욱 씁쓸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정말로 올바른 행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깊게 남았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