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내전 이후의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한 소녀가 환상 세계 속 세 가지 임무를 수행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잔인한 현실과 아름답고도 기묘한 판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쟁 속, 새아버지를 만나러 간 소녀
1944년 스페인. 내전은 끝났지만 나라 분위기는 여전히 무겁습니다.
어린 소녀 오필리아는 만삭의 엄마와 함께 산속 군 기지로 이사를 갑니다. 그곳에는 엄마의 새 남편이자 군 지휘관인 비달 대위가 있습니다.
그는 매우 냉정하고 잔인한 인물로, 반군을 잡기 위해 매일 전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필리아는 이 낯선 공간과 새아버지에게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낍니다.
미로에서 만난 요정 판
어느 날, 오필리아는 숲속에서 오래된 미로를 발견합니다.
그곳에서 요정 ‘판’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사실은 지하 왕국의 공주 ‘모안나’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판은 오필리아에게 다시 왕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세 가지 임무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필리아는 진짜 자신의 정체를 찾기 위해 용기 있게 판이 제시한 임무에 도전합니다.
세 가지 임무와 오필리아의 모험
첫 번째 임무는 거대한 나무 아래 있는 두꺼비에게서 황금 열쇠를 가져오는 일이었습니다. 진흙과 벌레투성이 속에서도 오필리아는 이를 해냅니다.
두 번째는 무서운 괴물 ‘페일맨’이 있는 방에서 물건을 훔치는 일이었는데, 음식에 손대지 말라는 경고를 어기면서 위험에 처하지만 가까스로 탈출합니다.
세 번째 임무는 갓 태어난 남동생을 데리고 미로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판은 아이의 피를 사용해야 문이 열린다고 말하지만, 오필리아는 동생을 해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이때 비달 대위가 그녀를 발견하고, 총을 쏘며 오필리아는 쓰러지게 됩니다.
희생과 진짜 공주의 자격
오필리아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동생을 지키고자 했고, 그 희생은 판에게 진심으로 인정받습니다.
결국 오필리아는 지하 왕국의 진짜 공주가 되어 궁전에서 왕과 왕비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현실에서는 오필리아가 숨을 거두지만, 영화는 그녀가 다른 세상에서는 구원받았다는 따뜻한 여운을 남깁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이 영화는 2006년 처음 공개되었을 때부터 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괴물 ‘페일맨’의 모습과 미로 속 환상적인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의 억압과 폭력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영화로 평가받았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미술, 분장, 촬영 부문에서 상을 받으며 예술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어두운 버전 같다“는 평가도 받았을 만큼,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영화였습니다.
3.감독의 메시지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이 영화를 통해 “현실이 아무리 잔인해도, 환상이 더 진실을 말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필리아의 희생은 단순히 공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순수함과 용기의 가치를 상징합니다. 환상과 현실이 자연스럽게 섞인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게 ‘진짜 믿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