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을 잃은 한 남자가 자신을 추적하는 세력과 싸우며 자신의 정체와 과거를 밝혀가는 첩보 액션 영화입니다. 빠른 전개, 현실적인 액션, 심리적 긴장감으로 전형적인 스파이물과 차별화된 매력을 선보이며, 제이슨 본 시리즈의 서막을 알린 작품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남자, 바다에서 깨어나다
이탈리아 어부가 지중해에서 총상을 입은 한 남자를 발견해 구조합니다. 의식을 되찾은 남자는 이름, 과거, 신분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집니다. 그의 엉덩이에서는 스위스 은행 계좌번호가 새겨진 레이저 포인터가 발견됩니다.
그는 스스로의 정체를 찾기 위해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하고, 거리에서 노숙하던 중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받지만 순식간에 제압하면서 본능적인 전투 능력을 드러냅니다. 이후 해당 은행의 금고에서 ‘제이슨 본’이라는 이름이 적힌 미국 여권과 다수의 위장 여권, 다량의 현금, 권총을 발견합니다.
기억을 잃은 남자, 쫓기는 자가 되다
본은 권총을 제외한 모든 것을 챙기고 미국 대사관을 찾지만, 이때부터 CIA의 감시와 추적이 시작됩니다. 대사관에서 탈출한 본은 우연히 만난 여성 마리에게 파리까지 데려다달라고 부탁하고, 그녀는 그의 사정을 듣고 동행을 수락합니다.
파리에 도착한 본은 자신이 머물렀던 집을 찾고, 그 안에서 기습적으로 침입한 암살자와 격투를 벌입니다. 본은 침입자를 제압하지만, 암살자는 스스로 투신해 사망합니다. 사건 이후 마리는 본이 단순한 사람이 아님을 확신하고도 그와 함께하기로 결심합니다.
정체 추적과 CIA의 그림자
본과 마리는 본의 과거 단서를 추적하며 ‘존 마이클 케인’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해당 인물은 이미 사망 처리되어 있고, 그를 지우려는 세력의 그림자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미국 대사관에서 찍힌 사진이 암살자의 소지품에서 발견되며 위협이 점점 가까워집니다.
리옹으로 피신한 두 사람은 또 다른 암살자 ‘교수’와 숲 속에서 맞서 싸우고, 승리한 본은 ‘트레드스톤’이라는 조직명을 듣게 됩니다. 그는 마리에게 큰돈을 건네고 더 이상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떠나라고 말합니다.
과거의 진실과 조직의 실체
본은 CIA 요원 콘클린과 접촉을 시도하지만, 사방에 요원들이 배치된 것을 간파하고 추적하여 트레드스톤의 안가를 찾아냅니다. 그곳에서 그는 CIA 최정예 암살요원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됩니다. 마지막 임무였던 독재자 왐보시 암살에서 그는 아이와 마주친 후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실패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총상을 입고 바다에 빠졌던 것입니다.
기억을 되찾은 본은 자신이 더는 살인자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하고 트레드스톤의 요원들을 제압한 뒤 현장을 빠져나갑니다. 콘클린은 이 실패 후 상부의 지시에 의해 암살당하고, 트레드스톤은 폐지됩니다.
자유를 찾아서
영화의 마지막, 마리는 그리스의 한 섬에서 조용한 삶을 시작합니다. 어느 날, 가게에 본이 찾아와 스쿠터를 빌리겠다고 말하고, 두 사람은 재회합니다. 배경에는 조용한 바다와 함께 본 시리즈의 상징적인 음악 ‘Extreme Ways’가 흐르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2002년 개봉한 <본 아이덴티티>는 기존 헐리우드식 액션 영화의 틀을 깨고, 생존 본능과 인간적인 고뇌를 담은 리얼 첩보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관객들은 제이슨 본이 겪는 혼란과 정체성 위기를 따라가며 몰입했고, 액션 장면 또한 무거운 음악이나 화려한 편집 없이 실제 격투처럼 날것의 느낌을 살려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맷 데이먼은 이 영화로 액션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고, 영화는 북미에서만 1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습니다.
추격 장면과 맨몸 전투 장면은 이후 수많은 첩보영화와 액션 영화의 표본이 되었고, 제이슨 본이라는 캐릭터는 21세기 대표 첩보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감독 더그 라이만은 <본 아이덴티티>를 통해 “기억을 잃은 살인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현실적인 시각에서 풀어냈습니다. 주인공은 영웅이라기보다 혼란과 불안을 겪는 인간으로 묘사되며, 영화는 외면적 액션보다는 심리적 긴장과 자아 탐색에 무게를 둡니다.
기존 스파이물의 과장된 연출 대신, 사실적이고 날것의 액션을 통해 긴장감과 현실감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