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남성이 겪는 500일간의 관계를 시간 순서가 아닌 비선형 구조로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사랑의 환상과 현실, 감정의 변화를 담담하면서도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첫 만남 – 톰과 썸머의 운명적 시작
영화는 “이것은 사랑 이야기 아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며, 주인공 톰 핸슨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톰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사랑을 믿는 청년으로 로스앤젤레스의 한 카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회사에 비서로 입사한 썸머 핀이 그의 눈에 띄고, 그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썸머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분위기를 지닌 여성으로, 톰은 그녀가 자신과 같은 음악 취향(더 스미스)과 감성을 공유한다는 점에 강하게 끌립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둘이 처음 나누는 대화는 이들의 인연의 시작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관계의 진전 – 특별하지만 불분명한 사이
톰은 썸머와 가까워지고자 노력하며, 회사 동료 맥켄지가 주최한 파티에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빠르게 친밀해집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음반 가게에 가고, 미술관과 공원 등을 방문하며 일상 속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비칩니다.
이케아 매장에서 가상으로 부부인 척하며 장난치는 장면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사이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썸머는 일찍이 “난 연애를 믿지 않아. 진지한 관계는 원하지 않아”라고 선을 긋습니다. 그럼에도 톰은 썸머와의 관계가 점점 연인에 가까워진다고 느낍니다.
감정의 어긋남 – 이별의 전조
관계는 점차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썸머는 톰의 기대와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듯, 점차 감정적 거리를 둡니다. 어느 날 영화관에서 무거운 분위기 속에 데이트를 마치고, 썸머는 톰에게 “오늘은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하며 돌아섭니다.
이후 썸머의 생일 파티 장면이 나옵니다. 톰은 초대받고 참석하지만, 그날 파티에서 썸머가 다른 남성과 가까이 있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습니다. 이 장면은 톰의 주관적인 기대와 현실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기대와 현실’이라는 화면이 분할되어 동시 진행되는 연출이 인상적으로 사용됩니다.
결국, 어느 날 썸머는 톰에게 “우리 이제 친구로 남을 수 없을 것 같아”라고 말하며 이별을 통보합니다. 톰은 아무런 준비 없이 이별을 맞이하게 되고, 그의 세계는 무너지는 듯한 상실감으로 가득 찹니다.
이별 후의 성장 – 환상의 해체
이별 이후 톰은 삶의 의욕을 잃고, 업무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방황합니다. 그는 썸머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들을 떠올리며 힘들어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신이 ‘썸머를 이상화’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합니다.
톰은 썸머를 자신이 꿈꿨던 사랑의 전형으로 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결코 자신에게 그 이상의 의미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결국 그는 카드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건축가라는 본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합니다.
도서관에서 자료를 조사하고,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성장하는 모습은 그의 내면적인 변화와 자립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됩니다.
새로운 계절 – 어텀과의 만남
영화는 500일의 마지막 날을 보여줍니다. 톰은 한 건축사무소 면접을 위해 대기 중이고, 그곳에서 ‘어텀(Autumn)’이라는 이름의 여성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서로의 관심사를 이야기하며 미소를 나누고, 톰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연락처를 요청합니다.
그녀가 웃으며 동의하는 장면과 함께 화면에는 “Day 1”이라는 자막이 등장합니다. 이는 새로운 시작과 계절의 전환을 의미하며, 영화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영화 <500일의 썸머>는 2009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자마자 관객과 평론가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남녀의 사랑을 이상화하지 않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점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관계를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지 않고, 500일 중 특정한 날들을 교차 편집한 방식이 독특한 서사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영화 속 이케아 데이트 장면, 더 스미스의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노래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 명장면으로 회자되었습니다. 또한 썸머의 캐릭터는 ‘매너리즘에 빠진 여성 캐릭터’라는 평가와 함께 ‘이상적인 연인이 아닌 인간적인 상대’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흥행 면에서도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으며, 주연 배우 조셉 고든 레빗과 주이 디샤넬의 캐미스트리는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 영화는 ‘현대 연애의 현실’을 담은 대표적인 영화로 자주 언급됩니다.
3. 감독의 메시지
감독 마크 웹은 이 영화를 통해 “모든 사랑이 운명은 아니며, 사랑은 때로는 끝이 있어야 시작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영화는 남성의 시선으로만 이야기를 구성하면서도, 그 주관성 속에 현실과 이상 사이의 충돌을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마크 웹은 이 작품을 통해 장편 데뷔를 성공적으로 알렸으며, 이후 감성적인 영상 연출로 주목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