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사 도중 우연히 신들의 온천 세계에 갇힌 10세 소녀가 부모를 구하고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본 신화와 현대 사회상을 결합한 독창적 배경, 풍부한 상징, 섬세한 작화로 세계 관객의 극찬을 받은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 치히로

시골로 이사하던 중, 치히로 가족은 낯선 터널 앞에 도착합니다.

호기심에 터널을 지나간 그들은 폐허처럼 보이는 유원지에 들어서고, 부모는 사람이 없는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허락 없이 먹기 시작합니다. 치히로는 불안해하며 혼자 여관처럼 생긴 건물 근처를 둘러보던 중, ‘하쿠’라는 소년을 만나 돌아가라는 경고를 듣습니다.

그러나 이미 밤이 되었고, 유원지에는 붉은 등이 하나둘 켜집니다. 치히로가 부모에게 돌아왔을 때, 두 사람은 돼지로 변해 있었고, 그 모습에 놀란 치히로는 강가로 도망칩니다.

다만 도망친 들판은 이미 강으로 바뀌어 있었고, 몸은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하쿠가 나타나 이 세계의 음식을 먹게 하며 다시 몸이 나타나며 이곳에 머물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름을 잃고 ‘센’이 되다

하쿠의 조언에 따라 치히로는 온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바바’라는 마녀와 계약을 맺으러 갑니다.

보일러실에 있는 ‘가마 할아범’과 여직원 ‘린’의 도움을 받아 유바바에게 가고, 유바바는 치히로의 이름을 뺏고 ‘센’이라는 이름을 새로 지어줍니다.

이후 치히로는 린의 조수가 되어 온천에서 일하게 됩니다. 아직 인간 냄새가 남은 치히로에게 주변 직원들은 의심을 보내지만, 하쿠는 “며칠만 이곳 음식을 먹으면 냄새는 사라진다”며 치히로를 돕습니다. 치히로는 서서히 이 세계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강의 신과 오물신, 그리고 가오나시

센이 처음 맡은 일은 ‘오물신’의 목욕을 돕는 일이었습니다. 악취가 심해 모두가 기피하던 손님이지만, 센은 용기를 내어 그를 정성껏 씻깁니다.

오물 속에 숨어 있던 쓰레기들을 끌어낸 뒤, 오물신은 본래 ‘강의 신’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센에게 영험한 경단을 선물합니다.

한편, 신비로운 존재 ‘가오나시’는 온천 안에 몰래 들어와 사금을 뿌려 직원들의 환심을 삽니다. 음식과 관심을 원하던 그는 폭식하며 직원들을 집어삼키고, 통제가 불가능한 존재가 됩니다. 센은 경단을 먹여 그가 삼킨 것을 모두 토하게 하고, 온천은 간신히 평화를 되찾습니다.

도장을 훔친 하쿠와 제니바의 집

하쿠는 유바바의 명령으로 쌍둥이 언니 제니바의 도장을 훔쳤다가 저주를 받아 큰 상처를 입습니다. 센은 경단의 남은 절반을 하쿠에게 먹여 회복시키고, 하쿠를 해친 저주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제니바를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센은 가오나시, 쥐로 변한 ‘보우’, 파리로 변한 부지배인과 함께 바닷가 철길을 따라 기차를 타고 제니바의 집으로 향합니다. 제니바는 치히로를 따뜻하게 맞이하며 오해를 풀고, 하쿠가 유바바에게 조종당한 이유도 알려줍니다. 그녀는 치히로에게 머리끈을 선물하고, 진심을 담은 응원을 보내줍니다.

하쿠의 진짜 이름과 치히로의 귀환

치히로는 제니바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하쿠가 어릴 적 자신을 구해줬던 ‘코하쿠 강’의 신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하쿠는 진짜 이름을 되찾고 마법에서 벗어납니다.

온천장에 도착한 치히로는 유바바가 내건 마지막 시험, ‘돼지 무리 중 부모를 맞히라’는 문제를 정확히 풀어냅니다. 유바바는 마지못해 계약을 해지하고, 하쿠는 치히로에게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터널까지 가라”고 조언합니다.

치히로는 터널을 지나 현실로 돌아오고, 부모와 재회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 기억이 없습니다. 자동차는 낙엽에 덮여 있었고, 시간이 오래 흐른 듯합니다.

치히로는 하쿠의 말을 떠올리며 터널 뒤를 돌아보지 않고, 새로운 삶을 향해 걸어갑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2001년 7월 일본 개봉 당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해 국내 흥행 수익 300억 엔을 돌파, 당시 일본 극장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2002)과 미국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의 시선을 모았습니다. 특히 손맛이 살아있는 2D 셀 애니메이션과 디지털 합성을 절묘하게 병행한 제작 방식,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관객까지 끌어들인 복합적 서사가 언론과 평단에서 집중 조명되었습니다.

미야자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이제 장편 애니메이션은 마지막이다”라고 말한 것도 흥행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영화를 만들겠다고 해서 팬들은 기뻐했고, 앞으로 지브리의 다른 작품들도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미야자키 하야오는 본 작품에서 ‘이름’과 ‘노동’의 의미를 중심으로 성장 서사를 구축했습니다.

소비사회에 휩쓸려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대 어린이가 두려움, 탐욕, 책임을 마주하며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진짜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곧 존재 증명”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동시에 오염된 강의 신과 거대 온천 시설은 인간 욕망이 자연을 착취하는 현실을 상징하며, 전통신화와 산업사회 이미지를 병치해 환경보호의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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