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옹

냉혹한 킬러 레옹과 가족을 잃은 소녀 마틸다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프랑스산 느와르 액션 영화입니다. 두 인물은 서로의 상처를 통해 유대를 쌓아가며, 복수와 구원, 그리고 사랑과 희생의 감정을 진하게 풀어냅니다. 인간관계의 본질과 생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되새기게 하는 걸작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뉴욕의 어둠 속에 사는 고독한 킬러

낮은 조도의 조명이 깔린 뉴욕의 뒷골목. 검은 선글라스를 쓴 사내가 조용히 건물 안으로 들어섭니다. 그는 말이 없고, 그의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레옹.

그는 목표물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본 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임무를 완수합니다.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은 그의 얼굴은 차갑고 기계적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레옹은 헐렁한 런닝셔츠 차림으로 고무나무 화분에 물을 주고, 우유를 꺼내 마십니다. 집 안에는 가구도 별로 없고, TV에서는 자막 없는 고전 영화가 흘러나옵니다.

그는 문맹이지만, 영화를 통해 영어를 배우고자 합니다. 그가 말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고무나무 한 그루. 그것은 그의 가족이자 친구입니다.

방치된 소녀, 엘리베이터에서의 만남

같은 건물 복도. 씻지도 않고 눈에 멍이 든 듯한 12살 소녀가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마틸다. 그녀의 집에서는 늘 욕설과 싸움이 오가고, 마약 거래에 연루된 아버지 때문에 분위기는 살벌합니다.

마틸다는 유일하게 남동생만을 사랑하며, 그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틸다는 레옹을 마주칩니다. 레옹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녀는 그 눈빛에서 묘한 따뜻함을 느낍니다.

비록 대화는 없었지만, 둘은 서로의 고독을 알아차린 듯합니다.

마틸다의 비극과 문 앞에서의 절박한 눈빛

어느 날, 마틸다가 장을 보러 나간 사이. 마약단속반장 스탠스필드와 그의 부하들이 마틸다의 집에 들이닥칩니다. 그들은 마약을 숨기고 있던 마틸다의 아버지를 심문하듯 조롱하며, 무자비하게 가족들을 몰살시킵니다.

스탠스필드는 클래식 음악에 도취된 채 총을 들고 방 안을 돌아다니고, 어린 남동생조차 가차 없이 살해합니다.

잠시 후 돌아온 마틸다는 아파트 복도를 따라 걸으며 문 앞에 선채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참습니다. 자신의 집 앞을 지나쳐 레옹의 집 문 앞에 섭니다.

레옹은 문을 열지 않으려다, 결국 그녀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려 문을 열어줍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인연이 깊어집니다.

복수를 향한 킬러 수업

며칠 뒤, 마틸다는 레옹에게 묻습니다.

“사람 죽이는 법… 나도 배울 수 있어?”

처음에는 무시하던 레옹도, 점점 그녀를 걱정하게 되고, 결국 기본적인 킬러의 기술을 가르쳐주기 시작합니다.
레옹은 훈련용 총을 손에 쥐어주며 말합니다.

“처음에는 ‘깨끗한 일’만 해. 위에서 떨어뜨리는 거야.”

도심의 옥상, 마틸다는 망원경 너머 타깃을 바라보며 숨을 죽입니다. 그 손에는 공포와 긴장이 감돌지만, 그녀는 차분히 목표에 집중합니다.

레옹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며, 어쩌면 자신도 누군가를 지켜야 할 이유가 생겼다는 걸 느낍니다.

둘은 길거리를 걸으며 햄버거를 먹고, TV를 보며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마틸다는 레옹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레옹은 그것을 모른 채, 그녀를 자식처럼 지키려 합니다.

마지막 희생, 고무나무와 함께한 작별

마틸다는 결국 스탠스필드를 직접 죽이기 위해 홀로 나섭니다.

하지만 스탠스필드에게 붙잡혀 감금되고, 그의 부하들에게 위협당합니다. 레옹은 이를 알고, 경찰서에 잠입해 마틸다를 구출합니다. 그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지만, 눈빛만은 단단합니다.

이후, 스탠스필드는 대규모 경찰 병력을 동원해 레옹의 은신처를 포위합니다. 총성과 폭발음이 울려 퍼지는 속, 레옹은 마지막 힘을 다해 마틸다를 환풍구로 탈출시키며 말합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살아가는 거야. 그리고 나 대신 잘 살아줘.”

레옹은 최후의 결전을 치른 후, 스탠스필드에게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의 손 안에는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이 있습니다.
폭발과 함께 레옹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스탠스필드도 함께 무너집니다.

마틸다는 레옹의 고무나무 화분을 들고 새로 다니게 된 학교의 정원에 심습니다. 그 뿌리가 땅에 박히는 장면은, 마치 레옹이 그녀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자리잡은 듯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녀는 더 이상 방치된 소녀가 아니라, 고통을 딛고 성장한 생존자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1994년 개봉 당시 큰 논란과 찬사를 동시에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

성인 남성과 미성년 소녀의 감정적 유대를 중심으로 한 서사는 당시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여러 국가에서 등급 제한과 편집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감독 뤽 베송의 감각적인 연출과 나탈리 포트만의 데뷔작이라는 점, 그리고 장 르노의 인상 깊은 연기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국내 개봉 당시에도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킬러의 눈물”, “성장과 이별의 서사”로 회자되며 명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최고의 느와르’로 손꼽히며 꾸준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감독 뤽 베송은 영화를 통해 “인간은 가장 냉혹한 순간에도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극단적으로 고립된 인물 레옹이 마틸다를 통해 삶의 의미와 감정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폭력과 상실 속에서도 인간은 연대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실제 뤽 베송이 15세 연하와의 연애 경험에서 착안한 부분도 영화의 논란이 된 감정선 형성에 영향을 주었으며, 나탈리 포트만의 천재적인 연기가 영화의 감정 밀도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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