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뤽 고다르 감독의 대표작으로, 자동차 절도범 미셸과 미국인 유학생 패트리샤의 불안한 관계와 도망자의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누벨바그 영화의 상징적 시작점으로 평가받는 영화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험프리 보가트를 흉내내는 남자
영화는 남프랑스의 도로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 미셸 푸아카르는 할리우드 배우 험프리 보가트를 동경하며, 그의 옷차림과 손동작을 흉내 내는 청년입니다. 그는 태연하게 도로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를 훔쳐 파리를 향해 질주합니다. 미셸은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범죄와 자유를 혼재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도중에 교통경찰이 뒤쫓아오자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경찰이 차를 세우라고 명령하지만, 미셸은 오히려 권총을 꺼내 발포합니다. 총에 맞은 경찰은 쓰러지고, 미셸은 단순한 좀도둑에서 살인자로 변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의 비극적 전개를 예고하며, 미셸의 무심한 태도와 무모한 행동을 강조합니다.
파리에서의 재회
파리에 도착한 미셸은 미국인 여자친구 패트리샤 프란키니를 찾습니다. 그녀는 신문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소르본 대학에 진학해 기자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이후 패트리샤의 아파트로 이동합니다.
좁은 아파트 안에서 두 사람은 담배를 피우고, 잡지를 읽으며, 서로의 미래와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카메라는 침대 위에서 장난을 치는 모습, 거울 속에 비친 대화, 창문을 열고 거리를 내려다보는 장면 등을 길게 비추며 두 사람의 친밀함을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미셸은 패트리샤에게 함께 로마로 도망가자고 설득합니다. 그러나 패트리샤는 그의 제안에 선뜻 동의하지 못합니다. 그녀는 미셸의 매력에 끌리면서도 동시에 기자로서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갈등합니다.
경찰의 수사와 미셸의 도피
경찰은 곧 미셸이 저지른 살인 사건을 파리 전역에 알립니다. 그의 얼굴이 신문에 실리고, 수배망은 점점 좁혀옵니다. 경찰은 패트리샤에게 접근해 미셸과의 관계를 경고하고, 그와 연루될 경우를 신중히 생각하라고 압박합니다.
하지만 패트리샤는 여전히 미셸과 만남을 이어갑니다. 그들은 카페와 길거리, 아파트를 오가며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시험하듯 밀고 당기는 관계를 유지합니다. 미셸은 계속해서 패트리샤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권유하지만, 그녀는 회의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합니다.
한편, 미셸은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들을 만나 돈을 요구하거나 거래를 시도합니다. 파리의 호텔, 거리, 골목길을 배경으로 그는 경찰을 피해 다니며 시간을 벌고, 영화는 빠른 편집과 점프컷을 활용해 그의 불안정한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패트리샤의 갈등과 배신
패트리샤는 미셸과의 관계를 깊이 고민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혹은 단순히 매혹에 빠져 있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답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경찰과 은밀히 접촉한 패트리샤는 미셸을 신고합니다. 그녀는 기자로서의 꿈과 개인적인 미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미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시험해보기 위해 배신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은 신문사 사무실에서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경찰과 조용히 대화하는 장면으로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묘사됩니다.
미셸은 그녀의 태도에서 배신을 직감하지만, 끝내 패트리샤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못합니다. 두 사람은 카페에서 마지막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지만, 이미 경찰은 미셸의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추격과 비극적 결말
경찰의 포위망 속에서 미셸은 다시 도망칩니다. 그러나 곧 총격을 받고 쓰러집니다. 거리에 쓰러진 그는 마지막 순간 패트리샤를 바라보며 몇 마디를 남깁니다. 미셸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은 바로 “역겹다(“C’est vraiment dégueulasse”)”였습니다.
패트리샤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 말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그가 말한 역겹다는 무엇을 뜻하는가?”라는 질문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남으며, 관객에게 열린 해석을 요구합니다.
카메라는 미셸의 쓰러진 몸과 패트리샤의 얼굴을 교차해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장뤽 고다르 감독은 기존 영화 문법을 철저히 깨고, 핸드헬드 카메라와 점프 컷 편집을 적극 활용해 자유로운 영상 언어를 선보였습니다. 배우 장 폴 벨몽도와 진 세버그의 즉흥적인 연기와 파리 거리 촬영은 당시 관객에게 신선한 리얼리티를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미셸과 패트리샤가 길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며 걷는 장면, 패트리샤가 신문을 파는 장면 등은 후대 영화들에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영화는 도덕적 불확실성과 청춘의 방황을 솔직하게 담아냈고, 이를 통해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영화 문법의 실험이 이어지며, 현대 영화 편집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장뤽 고다르는 〈네 멋대로 해라〉를 통해 청춘의 자유와 무모함, 그리고 제도와 사회 규범에 대한 저항을 담고자 했습니다.
기존 영화의 안정된 구도를 거부하고 점프 컷과 즉흥 연기를 통해 인물의 불안정성과 혼란을 시각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는 단순한 범죄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담아, 시대적 불안과 젊은 세대의 정체성 탐구를 표현한 실험적 시도였습니다.
4. 감상평
미셸은 거침없이 차를 훔치고 경찰을 죽이지만, 그의 행동은 단순한 범죄자의 모습이 아니라 시대와 어긋난 한 청년의 초상처럼 보입니다. 패트리샤와의 대화는 시시콜콜한 잡담 같으면서도 결국 삶의 의미와 사랑의 불안정함을 드러냅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셸이 총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은 자유를 갈망하던 그의 끝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보는 내내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이 즉흥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느낌을 주었고, 결국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메시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