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미국 와이오밍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떼를 돌보던 두 청년, 에니스와 잭은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시대와 사회의 편견 속에서 사랑과 삶의 갈등을 겪으며 20여 년간 이어지는 둘의 이야기를 담은 가슴 저린 드라마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의 첫 만남
1963년, 와이오밍의 조용한 시골 마을. 고등학교를 중퇴한 청년 에니스 델 마르와 잭 트위스트는 직업 알선소에서 조 아귀레라는 고용주의 소개로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떼를 돌보는 일을 맡게 됩니다.
이곳은 숙식이 금지된 자연 보호구역이었지만, 두 사람은 편법으로 숙식을 하며 고된 노동을 이어갑니다. 잭은 양을 지키고, 에니스는 식량을 조달하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집니다.
고도 높은 산 속의 추운 날씨와 외로움 속에서 둘은 점차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숨길 수 없는 감정, 그리고 현실의 벽
어느 날 밤, 추위에 떨던 에니스가 잭과 같은 텐트 안에서 자게 되고, 두 사람은 처음으로 육체적인 관계를 맺습니다. 둘은 “자신들은 동성애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서로를 향한 끌림을 억누르지 못합니다.
책임자인 조 아귀레는 망원경으로 이들의 관계를 의심하며 불쾌한 시선을 보냅니다.
이후 양떼가 줄어들고 태풍으로 양이 흩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서 둘은 충돌하지만, 헤어지기 전 에니스는 창고에 숨어 오열합니다.
하산 이후 다시 만날 기약 없이 두 사람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각자의 삶과 오랜 재회
잭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다시 일하기를 원하지만 거절당하고, 로데오 순회 중 부유한 사업가의 딸 루린을 만나 결혼하게 됩니다.
에니스는 약혼녀 알마와 결혼해 두 딸을 낳고 고된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몇 년 후, 잭은 엽서를 통해 에니스에게 연락을 취하고, 두 사람은 오랜만에 재회하여 숨겨왔던 감정을 다시 나누게 됩니다. 이들은 종종 낚시를 핑계로 여행을 떠나며 관계를 지속하지만, 에니스의 아내 알마는 이들의 관계를 눈치채고 결국 이혼하게 됩니다.
멀어지는 거리, 좁혀지지 않는 간극
이혼 이후 에니스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점점 더 잭과의 만남이 어려워지고, 잭은 함께 살자고 제안하지만 에니스는 현실의 벽과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유로 거절합니다.
둘은 캠핑 도중 격한 언쟁을 벌이며 감정을 폭발시키고, 잭은 에니스가 자신에게 가지는 태도에 상처를 받습니다.
이후 에니스는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끝내며 다시 잭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잭에게 보낸 엽서는 ‘수취인 사망’이라는 스탬프와 함께 되돌아옵니다.
남겨진 사람의 기억과 다짐
에니스는 어렵게 잭의 부인 루린과 연락을 취해 그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러나 에니스는 잭이 동성애 혐오 범죄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합니다. 잭이 생전에 브로크백 마운틴에 묻히고 싶어 했다는 말을 들은 에니스는 그의 고향을 찾아가 유골을 가져가겠다고 하지만 거절당하고, 대신 잭의 방에서 잭이 간직했던 두 사람의 피 묻은 셔츠를 발견합니다.
에니스는 셔츠를 가지고 돌아와 트레일러 안에 보관하며, 브로크백 마운틴 엽서 아래 셔츠를 정리한 뒤 “Jack, I swear(잭, 맹세해)”라고 속삭입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2005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부극의 남성적 이미지 속에 숨겨진 동성 간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가 사회적 논란과 동시에 찬사를 불러왔습니다. 제이크 질렌할과 히스 레저의 섬세한 연기, 이안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은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감독상, 각색상, 음악상 등 3관왕을 차지했습니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상업 영화로는 드물게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후 영화계에서 LGBTQ 주제의 작품들이 더 활발히 다뤄지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이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인간의 정체성, 그리고 시대가 만든 억압을 고요하지만 강하게 그려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동성애 영화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과 상실, 후회의 감정을 보편적으로 그려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대비되는 인간 내면의 고통을 통해 진실한 감정은 억누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