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1976년 작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는 베트남 전쟁의 상흔을 안고 돌아온 한 남자가 대도시의 도덕적 타락 속에서 어떻게 파멸하고 변질되는지를 그린 네오 누아르의 정수입니다.
영화 정보
- 제목: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 개봉연도: 1976년
-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 장르: 범죄, 드라마, 스릴러
- 러닝타임: 114분
- 제작국가: 미국
-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밤의 도시를 유영하는 불면증의 영혼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해병대 출신 트래비스 비클은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그는 잠을 잘 수 없는 밤 시간을 때우기 위해 뉴욕의 밤거리를 누비는 택시 운전사가 되기로 합니다.
트래비스의 눈에 비친 뉴욕은 마약, 매춘, 폭력이 난무하는 오물과도 같은 곳입니다. 그는 자신의 일기에 “언젠가 진짜 폭우가 쏟아져 이 거리의 모든 쓰레기를 씻어낼 것”이라고 적으며 사회를 향한 혐오를 키워갑니다. 친구도 없고 연고도 없는 그는 퇴근 후 포르노 극장을 전전하거나 자기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점점 세상으로부터 고립됩니다.
금발의 여인 베티와 처참하게 실패한 구애
어느 날, 트래비스는 대통령 후보 팔렌타인의 선거 캠프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여인 베티를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그는 그녀를 “천사 같다”고 표현하며 적극적으로 다가갑니다.
진심이 통했는지 베티는 그와 데이트를 수락하지만, 사회적 상식이 결여된 트래비스는 첫 데이트 장소로 자신이 평소 즐겨 찾던 포르노 극장을 선택합니다. 경악한 베티는 극장을 뛰쳐나가고, 트래비스는 그녀의 직장까지 찾아가 항의하지만 결국 거절당합니다. 이 사건은 트래비스에게 깊은 굴욕감을 안겨주었고, 그를 더욱 극단적인 사고로 몰아넣는 계기가 됩니다.
어린 소녀 아이리스와의 만남과 구원의 강박
절망에 빠진 트래비스 앞에 12살 난 어린 매춘부 아이리스가 나타납니다. 그녀가 포주 스포츠로부터 도망치려다 다시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한 트래비스는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힙니다.
그는 아이리스를 만나 집으로 돌아가라고 설득하고 돈을 쥐어주지만, 아이리스는 오히려 트래비스의 친절을 의아해하며 현실에 안주하려 합니다. 자신의 선의가 계속해서 거부당하자 트래비스는 말 대신 폭력으로 세상을 정화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불법으로 4정의 권총을 구입해 체력 단련과 사격 연습에 매진합니다.
빗나간 타겟과 피비린내 나는 총격전
트래비스는 머리를 모히칸 스타일로 삭발하고 거사 준비를 마칩니다. 그의 원래 목표는 베티가 추종하던 대통령 후보 팔렌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유세장에서 비밀 검찰국 요원들의 감시에 겁을 먹은 그는 저격에 실패하고 현장에서 허둥지둥 도망칩니다.
방향을 튼 그는 아이리스가 있는 유곽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포주 스포츠와 일당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합니다. 현장은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하고, 모든 총알을 소진한 트래비스는 경찰이 들이닥치자 자신의 머리에 손가락 총을 겨누며 자살을 흉내 냅니다.
2. 결말: 살인마인가 영웅인가
영화의 결말은 냉소적입니다. 사창가에서 벌인 잔혹한 살육극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트래비스를 ‘어린 소녀를 구한 시민 영웅’으로 대접합니다. 아이리스의 부모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고, 한때 자신을 거절했던 베티조차 택시에 타서 그를 경외 어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트래비스는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한 듯 보이지만, 영화 마지막 장면에 백미러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흠칫 놀라는 그의 표정은 그가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임을 암시하며 끝이 납니다.
3. 개봉 당시 이슈 : 70년대 뉴욕의 지옥도를 그린 불후의 명작
1976년 개봉한 택시 드라이버는 당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습니다. 제29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12살 소녀의 매춘 장면과 후반부의 극단적인 폭력성 때문에 검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조디 포스터의 어린 시절 연기는 찬사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냈습니다.
이 영화는 당시 베트남 전쟁 이후 패배감과 범죄에 찌든 뉴욕의 암울한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냈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거울을 보며 내뱉는 “You talkin’ to me?”라는 대사는 대본에 없던 즉흥 연기로,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명장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한, 훗날 레이건 대통령 저격 미수범인 존 힝클리 주니어가 이 영화 속 조디 포스터에게 집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4. 감독의 메시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소외와 단절이 낳은 기형적인 영웅주의’를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트래비스의 폭력은 정의감이 아닌 개인적인 좌절과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사회는 그 결과만을 보고 그를 영웅으로 추대합니다. 이는 대중매체의 무분별함과 도덕적 기준이 무너진 현대 사회의 위선을 날카롭게 꼬집는 메시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