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간 감금된 한 남자가 풀려나 자신을 가둔 이의 정체와 이유를 추적하며 밝혀지는 충격적 진실을 그린 복수극입니다. 치밀한 구성과 강렬한 연출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금의 시작과 15년의 고립
영화는 아파트 옥상에서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넥타이를 붙잡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넥타이를 붙잡은 남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라는 말을 남기며 과거를 회상합니다.
1988년, 평범한 직장인 오대수는 술에 취해 경찰서에 잡혔다가 친구 주환의 도움으로 풀려납니다. 그러나 귀가하던 도중 보라색 우산을 쓴 낯선 사람에게 납치됩니다. 오대수가 눈을 뜬 곳은 창문 없는 좁은 방이며, 군만두만 제공되는 식사와 텔레비전 속 세상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입니다.
아내의 사망 소식과 자신이 살인범으로 지목되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접한 오대수는 점점 망가져 갑니다. 그는 복수를 다짐하며 매일 체력 훈련을 하고, 벽을 파내며 탈출을 준비합니다. 그렇게 15년이 지나고, 방 안에 수면가스가 퍼진 후 오대수는 의식을 잃습니다. 깨어난 곳은 들판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아파트 옥상이었습니다. 그는 옥상에서 낯선 남자와 대화를 나누며 15년 만의 자유를 맞이합니다.
세상으로 돌아온 오대수와 미도의 등장
자유를 되찾은 오대수는 도심을 떠돌며 자신을 가둔 사람의 정체를 찾기 위한 단서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한 노숙자가 다가와 수표와 휴대폰을 건네고 자신은 모르는 사람이라며 떠납니다. 오대수는 일식집 ‘지중해’에 들어가 살아 있는 음식을 주문하며 요리사 미도를 처음 만납니다.
식사 도중 휴대폰으로 정체불명의 남자가 전화를 걸어오고, 오대수가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을 했는지 묻자 남자는 “이유를 찾으라”는 말만 남깁니다. 기절한 오대수는 미도에 의해 그녀의 집으로 데려가집니다. 오대수는 감금 중 기록해둔 ‘악행의 자서전’을 보며 자신이 누구에게 원한을 살 만한지를 되새깁니다. 그는 자신을 가뒀던 장소를 찾기 위해 수많은 중국집을 돌며 군만두를 먹어보고 단서를 좇습니다.
감금의 진실을 찾아서
군만두를 단서 삼아 오대수는 자신이 갇혀 있던 사설 감옥을 찾아냅니다. 그는 관리자 박철웅을 붙잡아 고문한 끝에 자신을 가둔 사람이 고교 후배 이우진임을 알아냅니다. 이후 오대수는 과거 기억을 되짚으며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목격한 사건을 떠올립니다.
그는 학교에서 이우진과 그의 누나가 연인처럼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을 보고 친구에게 말했고, 그 소문이 퍼지면서 결국 누나는 투신자살을 했습니다.
이우진은 이 일을 이유로 오대수에게 치밀한 복수를 계획했고, 오대수를 15년 동안 감금한 뒤 풀어내어 자신이 설계한 마지막 단계로 이끌었습니다. 이우진은 오대수에게 미도가 사실 그의 딸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사진과 앨범을 통해 보여줍니다.
절규와 이우진의 복수 완성
오대수는 진실을 알게 되자 미도에게만은 이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합니다. 그는 이우진에게 무릎을 꿇고 빌며 자신의 혀를 잘라내는 극단적인 행동을 합니다. 이우진은 오대수의 처참한 모습을 지켜본 후 자리를 떠납니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이우진은 과거 누나의 죽음을 떠올립니다. 그는 누나가 투신하려는 순간 손을 붙잡았지만 끝내 끌어올리지 못하고 손을 놓아버린 기억에 사로잡힙니다. 그는 권총을 꺼내 스스로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며 생을 마감합니다.
남겨진 오대수와 마지막 선택
모든 복수가 끝난 후 오대수는 피폐한 모습으로 최면술사를 찾아가 자신과 미도의 관계에 대한 기억을 지워달라고 요청합니다. 최면술사는 잘못돼서 기억이 엉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지만, 오대수는 이를 감수하겠다고 합니다.
눈 내리는 설원에서 오대수는 미도와 마주합니다. 미도는 그의 손을 잡고 “사랑해요”라고 말합니다. 오대수는 울음과 웃음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끌어안고, 두 사람의 모습은 점점 멀어집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올드보이》는 200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과 최민식의 폭발적인 연기가 극찬받았고, 잔혹하면서도 철학적인 복수극이라는 평을 얻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충격적인 반전”과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약”이라는 평가와 함께 흥행에 성공하며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리메이크가 제작되는 등 화제가 되었고, 당시 영화의 명대사와 장도리 액션, 살아있는 낙지를 먹는 장면 등은 오랫동안 회자되었습니다. 관객들은 “한국 영화에 이런 힘이 있었나”라는 찬사를 보내며 영화에 대한 뜨거운 논쟁과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를 통해 “복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개인의 악의가 아닌, 소문과 무지에서 비롯된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며, 폭력의 굴레에 갇힌 인간의 비극을 그립니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과 사회적 책임을 날카롭게 비판했고, 최민식과 강혜정 등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와 박진감 넘치는 연출, 독창적인 미장센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