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과 전 재산을 바친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인간성과 도덕, 생명의 가치를 묻는 이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쟁과 함께 시작된 사업의 기회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나치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하고, 수도 바르샤바를 포함한 주요 도시들을 점령합니다. 폴란드 유대인들은 크라쿠프의 좁은 게토로 강제 이주시되며, 삶은 점점 파괴되어 갑니다.
이 혼란의 한가운데에 등장한 인물이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입니다.
그는 검은 코트를 입고 은색 브로치를 단 채 호화로운 식당에 들어섭니다. 쉰들러는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앉기 위해 나치 장교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사교적인 재능으로 주변 사람들을 매료시킵니다.
그는 유대인이 운영하던 법랑 그릇 공장을 헐값에 인수하고, 유대인 회계사 이삭 스턴의 도움을 받아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려 합니다. 그의 사업은 나치의 전쟁 경제에 편승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유대인 학살과 쉰들러의 변화
쉰들러는 어느 날 크라쿠프 게토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장교 아몬 괴트의 지휘 아래 나치 병사들은 유대인들을 무자비하게 끌어내고, 거리에선 총성이 끊이지 않습니다.
건물 틈에 숨어 있던 쉰들러는 어린 여자아이가 붉은 코트를 입고 인파 사이를 걷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이는 영화 전체에서 유일하게 컬러로 표현된 장면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그러나 뒤이어 그녀의 붉은 코트가 시체 더미 속에서 발견되며 쉰들러는 충격에 빠집니다.
괴트는 플라쇼프 수용소의 지휘관으로, 마치 사냥을 즐기듯 발코니에서 유대인을 저격하며 웃음을 짓습니다.
쉰들러 리스트, 생명을 지키는 문서
쉰들러는 이후 공장에서 일하던 유대인 노동자들이 수용소로 이송될 위기에 처하자, 그들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는 나치 장교들에게 뇌물을 건네며 ‘생산성 높은 노동자 명단’을 작성하게 합니다.
이 명단이 바로 역사에 남은 ‘쉰들러 리스트’입니다.
명단을 작성하는 장면에서 이삭 스턴은 쉰들러의 타자기를 치며 눈물을 머금고 “이 명단은 생명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쉰들러는 전 재산을 들여 약 1,200명의 유대인을 자신의 새로운 공장으로 이전시키기로 결정합니다. 이들은 생존 가능성이 낮은 수용소 대신, 쉰들러의 보호 아래 전쟁을 견딜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을 태운 기차가 실수로 아우슈비츠로 향하게 되며 또 한 번 위기가 닥칩니다. 쉰들러는 나치에게 금을 뇌물로 건네며 이들을 다시 데려오는데 성공합니다.
생명을 위한 공장, 저항의 흔적
쉰들러는 공장에서 군수품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고의로 불량품을 만들어 독일군의 전쟁을 간접적으로 방해합니다. 그는 이삭 스턴에게 “우리는 절대 쓸모 있는 포탄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양심의 저항을 실천합니다.
쉰들러는 유대인 아이들을 위한 음식과 약품을 몰래 제공하며, 생존을 위한 사투를 이어갑니다.
그는 한 노동자의 어머니가 기차에서 실종되자 괴로워하며, “그녀도 구했어야 했다”며 자책합니다. 그에게 유대인들은 더 이상 ‘이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켜야 할 소중한 생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떠나는 쉰들러, 남은 이들의 감사
1945년, 전쟁이 끝나고 연합군이 도착하기 직전, 쉰들러는 나치당원이자 전쟁 협력자로서 체포될 것을 우려해 공장을 떠나야 합니다.
이별을 앞둔 밤, 그의 유대인 노동자들은 금니를 녹여 만든 반지를 선물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반지 안에는 “한 사람을 구한 자는 전 세계를 구한 것이다”라는 탈무드의 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쉰들러는 반지를 쥔 채 울음을 터뜨리며 “이 차 한 대면 더 구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무릎을 꿇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흑백 화면은 실제 쉰들러 유대인들과 그들의 후손들이 쉰들러의 무덤에 돌을 놓는 컬러 장면으로 전환되며 마무리됩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1993년 개봉과 동시에 전 세계 영화계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흑백 필름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당시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형식이었으며, 한 소녀의 붉은 코트를 제외한 모든 장면이 흑백이라는 연출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은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등 총 7개 부문을 수상하며 스필버그 감독에게 첫 아카데미 작품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무거운 소재와 현실감 있는 묘사, 그리고 엔딩의 실제 생존자 등장 장면은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강렬한 감동과 역사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를 통해 “단 한 사람의 선택이 수천 명의 생명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상업적 목적이 아닌, 역사적 기억의 보존과 교육을 위한 작품으로 간주했습니다.
실제 생존자들의 증언과 고증을 바탕으로 현실을 철저히 재현했으며, 흑백 촬영과 제한된 음악 사용은 비극을 더욱 절제되고 진중하게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영화는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닌, 인간성과 용기의 본질을 묻는 시대적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