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 묫자리에 깃든 저주로 인해 기이한 사건에 휘말린 가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묘 의식을 진행하는 무당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형 오컬트 스릴러입니다. 무속신앙, 풍수, 일제의 잔재까지 결합된 미스터리한 공포와 사회적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작된 의뢰: LA의 이상한 가족
무당 화림과 봉길이 비행기에 올라 해외로 나갑니다. 두 사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의뢰인 박지용을 만나기 위해 출국합니다. 지용의 집안은 대대로 기이한 병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형은 자살, 아버지는 환청에 시달리고, 갓 태어난 아기까지 위독한 상황. 화림은 집안을 살펴본 뒤, 그 원인을 조상 묫자리의 악기운, 즉 ‘묫바람’이라 판단하고 이장을 권유합니다.
이름 없는 묘와 불길한 대살굿
화림은 실력 있는 풍수사 김상덕과 장의사 고영근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작업에 합류시킵니다. 세 사람은 지용의 안내로 음산한 산 속 묘지에 도착합니다. 비석엔 이름 없이 숫자만 새겨져 있고, 여우가 들끓는 불길한 장소. 상덕은 흙을 맛본 후 “이건 악지 중에 악지”라며 경고하지만 결국 돈에 이끌려 이장을 결심합니다.
파묘 전날 밤, 화림은 돼지띠 인부들과 대살굿을 벌입니다. 그녀는 칼로 자신의 몸을 그으며 신을 모시는 제의에 들어가고, 동시에 묘를 파내기 시작합니다. 관은 향나무로 만든 고급 관이었고, 굿과 파묘가 끝나자 운구차로 이동됩니다. 지용은 관을 절대 열지 말라 당부합니다.
열려버린 관과 해방된 혼령
하지만 영안실에 보관된 관은 관리인에 의해 몰래 열리게 되고, 묘 안에 봉인돼 있던 악령이 해방됩니다. 화림은 악기운에 휘말려 쓰러지고, 그 귀신은 곧바로 LA 가족들에게 날아갑니다. 지용의 아버지는 귀신에게 심장을 찢겨 사망하고, 어머니는 환각 속에 쓰러집니다.
화림과 봉길은 혼을 부르는 의식을 치르지만, 악령은 박지용에게 빙의됩니다. 호텔에서 벌어진 이 장면에서 지용은 일본어로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고 말하며 사망합니다. 이는 일본이 한반도에 박은 쇠말뚝을 암시하는 결정적 대사로, 이후 전개에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도깨비불과 정체 드러난 오니
파묘 당시 묘 아래에서 발견된 초대형 관. 관 안에는 일본 갑옷을 입은 거대한 존재, 바로 ‘오니’(鬼, 일본 도깨비)가 봉인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일제강점기 일본 음양사 무라야마 쥰지가 조선에 쇠말뚝을 박기 위해 봉인한 사무라이 악령이었고, 그의 존재는 관이 열리며 깨어납니다.
밤중에 오니가 깨어나 절에서 사람들을 공격하고, 도깨비불로 하늘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 이 장면은 실제 불을 활용한 CG 없는 특수효과로 더욱 생생한 공포감을 자아냅니다. 봉길은 오니에게 간을 뜯기며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갑니다.
쇠말뚝과 마지막 결전
봉길의 척추 부상과 한반도 지형도를 본 상덕은, 오니가 일본이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박아 넣은 쇠말뚝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봉길을 구하고 오니를 봉인하기 위해, 화림은 오니를 은어로 유인해 당산나무로 끌어들입니다. 동시에 상덕과 영근은 곡괭이로 묫자리를 파 쇠말뚝을 찾아냅니다.
마지막 결전에서 오니는 화림을 공격하고, 상덕은 젖은 나무 손잡이의 곡괭이로 오니의 몸을 갈라내는 데 성공합니다.
불꽃으로 사라진 오니, 병실에서 깨어난 봉길. 모든 것이 끝난 듯 보였고, 화림과 일행은 상덕의 딸 결혼식에서 함께 가족사진을 찍으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2024년 개봉 당시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새 지평을 열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민족정기, 풍수지리, 무속신앙을 결합한 독창적인 설정은 기존 공포 영화와 차별화된 신선함을 선사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유령보다 더 무서운 ‘조상 묘의 저주’라는 소재가 입소문을 타며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았고, 국내 관객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로부터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파묘>는 흥행과 작품성 모두를 잡으며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장재현 감독은 <파묘>를 통해 과거와 현재, 현실과 영적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일제강점기의 잔재와 민족 정기 훼손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오컬트 장르로 풀어내며, 우리가 잊고 지낸 과오와 그 후손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에 대해 묻습니다.
또한 무속과 풍수, 전통 신앙을 스릴러적 요소와 결합해 한국적 공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CG가 아닌 실제 불로 구현한 도깨비불 장면은 연출력과 몰입감을 동시에 인정받은 독창적인 시도로 주목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