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전라남도 곡성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을 쫓는 경찰 종구가 정체불명의 일본인과 마주하며 겪는 공포와 혼란을 그린 영화입니다. 믿음과 불신, 그리고 선택의 비극을 통해 인간 내면의 두려움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새벽을 깨운 살인 사건

전라남도 곡성의 새벽녘. 경찰 종구는 조 씨의 아내가 살해됐다는 신고를 받고 급히 사건 현장으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칼에 난도질당한 채 숨진 조 씨의 아내, 포대에 담긴 조 씨의 시신, 그리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퍼진 채 수갑을 찬 남자 박흥국이 발견됩니다.

경찰은 치정 사건으로 추정하고 박흥국의 집을 수색하는데, 그곳 창고에서 피로 얼룩진 제단과 정체불명의 물건들이 발견되며 수사는 점차 미궁으로 빠져듭니다.

수상한 일본인

한편, 깊은 산속. 사냥꾼 한 명이 덫에 걸린 고라니를 짊어지고 산을 내려가다 굴러떨어집니다. 정신을 차린 그는 산짐승의 내장을 먹고 있는 기괴한 노인을 목격하고 경악합니다.

이 장면은 이후 지구대에서 종구와 동료 성복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마을에 퍼진 괴담으로 다시 연결됩니다. 성복은 일본인이 마을에 나타난 뒤부터 이처럼 이상한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하며, 주민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불신과 두려움을 전합니다.

효진의 이상 증세

종구의 일상에도 균열이 생깁니다. 딸 효진의 상태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입니다. 갑작스런 욕설과 폭력적인 행동, 그리고 허벅지에 생긴 두드러기까지.

종구는 수사 도중 일본인의 집에서 괴이한 제단과 사진들을 발견하고, 거기서 효진의 이름이 적힌 실내화를 보게 됩니다. 점점 일본인을 범인으로 확신하게 된 종구는 그를 직접 찾아가지만, 일본인은 태연하게 자신은 단지 여행 중일 뿐이라며 시치미를 뗍니다.

결국 종구의 가족은 무당 일광을 불러 굿을 벌이기로 합니다. 일광은 일본인이 인간이 아니라고 단언하며 강력한 살풀이 굿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효진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자, 이를 보다 못한 종구는 굿판을 엎어버리고 직접 일본인을 처단하겠다고 나섭니다.

악마의 그림자

종구는 친구들과 함께 일본인의 집을 습격하지만, 일본인은 이미 도망친 상태였습니다. 절벽 끝에 매달려 있던 일본인은 무명이라는 수수께끼의 여인에게 쫓기다가 결국 실종됩니다. 종구는 산속에서 일본인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대로 절벽 아래로 내던져버립니다.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한 종구는 일광을 찾아가지만, 일광은 돌연 말을 바꿉니다. 진짜 귀신은 무명이며, 일본인은 오히려 무당이었다고 말하며 혼란을 키웁니다.

이후 종구는 무명을 찾아가고, 무명은 “닭이 세 번 울기 전까지 절대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점점 초조해진 종구는 이를 무시하고 세 번째 닭이 울기도 전에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참혹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아내와 장모, 그리고 딸 효진까지 온 가족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것입니다.

너무 늦은 깨달음

사진사 이삼은 일본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동굴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일본인은 자신이 악마임을 드러내고 이삼을 공격합니다.

이후 무명이 다시 등장해 종구에게 진실을 전합니다. 일본인도, 일광도 아닌 자신이야말로 진짜 귀신이 아니라고 말하며, 그가 내린 결정들이 어떤 비극을 불러왔는지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종구는 자신이 너무 늦게 진실을 깨달았음을 자책하며 딸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쳐보지만, 이미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영화는 2016년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국내외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추격자」와 「황해」에 이어 6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고,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등 강력한 연기파 배우들의 캐스팅도 화제를 더했습니다.

일본인 정체에 대한 논란과 열린 결말로 인해 관객 사이에서는 다양한 해석과 토론이 이어졌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누가 악마인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회자되었습니다.

흥행 면에서도 성공을 거두며 6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나홍진 감독은 영화 〈곡성〉을 통해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감독은 절대적인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리게 함으로써 관객 스스로 판단하게 만들고, 그 판단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믿음을 따르지만, 결국 그 믿음이 비극을 낳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됩니다.

무명과 일본인, 일광의 정체를 명확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종교적 해석과 문화적 상징을 자유롭게 해석할 여지를 남긴 점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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