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 2027년, 인류는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불임 사태로 멸종 위기를 맞습니다. 기능하는 유일한 국가 영국, 그 속에서 임신한 소녀 키의 존재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됩니다. 절망 속 희망을 향한 여정을 그린 SF 드라마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류의 절망, ‘아기 디에고’의 죽음으로 시작된 혼돈
2027년,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인류는 멸종의 위기에 처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어린 인간이었던 18세 청년 ‘아기 디에고’가 팬의 사인 요청을 거절하고 침을 뱉었다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집니다. 뉴스를 본 주인공 테오는 커피를 사러 들른 가게에서 갑작스러운 폭탄 테러를 목격하며, 세계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현실을 체감합니다.
기능하는 마지막 국가, 그러나 절망뿐인 영국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무너진 가운데, 영국만이 유일하게 기능하는 정부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불법 이민자들을 강제로 수용소에 가두고, 노인들에게 자살약을 배포하며 복지의 책임을 방기하는 암울한 현실이 존재합니다.
이런 세계에서 테오는 예전엔 사회운동가였지만 지금은 동력부 공무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희망의 불씨, 소녀 키의 존재
어느 날 테오는 과거 연인이었던 줄리언에게 납치당합니다.
그녀는 피난민 단체 ‘피시당’의 일원으로, 한 소녀 ‘키’를 정부의 감시를 피해 이동시키기 위한 통행증을 부탁합니다. 테오는 정부 요직에 있는 사촌 나이젤을 찾아가 통행증을 확보하고, 줄리언, 키, 그리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이동합니다.
그러나 이동 중 괴한의 습격으로 줄리언이 사망하고, 테오 일행은 간신히 피시당 아지트에 도착합니다.
밝혀진 비밀, 그리고 두려움
피시당 내부에서 줄리언의 죽음이 루크의 음모였다는 것을 알게 된 테오는 키와 그녀의 보호자 미리엄을 데리고 도망쳐, 은둔 중인 친구 재스퍼의 집으로 향합니다.
이곳에서 키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태어난 아기를 ‘프롤리’라 부르고 싶다고 말합니다. 재스퍼는 이들을 돕기 위해 피난민 격리구역으로 잠입할 계획을 세우지만, 피시당에게 발각되어 잔혹하게 살해당합니다.
테오는 키와 함께 격리구역에 들어가 아기를 출산하게 됩니다.
전쟁을 멈춘 아이의 울음
이민자 격리구역에서 무장봉기가 발생하고, 테오와 키는 전쟁터 같은 혼란 속을 뚫고 아이를 지킵니다.
반군과 정부군이 총을 맞대던 순간,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모든 총성이 멈추고, 사람들은 경건한 침묵 속에서 키와 아기를 바라봅니다. 그 장면을 지나 테오와 키는 노 젓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고, 휴먼 프로젝트의 구명선 ‘내일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테오는 키에게 아기의 이름을 ‘딜런’으로 짓자는 말을 들으며 마지막 미소를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영화는 희망을 실은 배 위에 남은 모녀의 모습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마무리됩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은 2006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세상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SF를 넘어서 전쟁, 난민, 인종차별, 환경위기 등 현실의 위기를 압축적으로 담아낸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CG를 최소화하고 실시간 롱테이크로 촬영된 전투 장면과 테오의 시선으로만 구성된 긴박한 액션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전 세계 도시가 무너진 디스토피아적 배경 속에서 유일하게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내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희망이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는 단순한 미래예언이 아닌,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문제들—난민 문제, 국경, 폭력, 종교 갈등—을 반영하며 깊은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의 울음으로 멈춰버린 전투 장면은 생명의 본질적 가치를 가장 강렬하게 상징하는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