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 병사 두 명이 1,600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한 명령을 전하러 전장을 가로지르는 여정을 그린 전쟁 영화입니다. 실시간처럼 촬영된 롱 테이크 방식이 주는 몰입감과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연출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쟁 한복판의 명령, 두 병사에게 내려진 임무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7년 4월 6일, 프랑스 서부 전선을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영국군 병사 윌리엄 스코필드 상병과 톰 블레이크 일병은 긴급한 임무를 맡게 됩니다. 독일군이 후퇴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영국군 제2대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전략적 후퇴였습니다.
두 병사는 제2대대에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해야 하며, 이는 1,600명의 목숨이 달린 중요한 임무입니다. 특히 블레이크는 형이 그 부대에 소속되어 있어 개인적인 동기도 함께 안고 출발하게 됩니다.
독일군 참호를 통과하며 시작된 여정
임무 수행을 위해 두 병사는 참호를 빠져나와 독일군이 남긴 참호를 지나야 합니다.
이 구간은 독일군이 남겨놓은 함정과 폭탄, 시체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미 무너져버린 인간성과 전장의 참혹함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구역입니다.
이 장면은 끊김 없는 롱 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되어 마치 관객이 함께 걷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카메라는 병사들의 등 뒤를 따라가며,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전장의 공기를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비행기 추락과 비극, 블레이크의 죽음
전선을 넘어 프랑스 시골 농가에 이른 두 병사는 독일 전투기가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들은 조종사를 구해주려 하지만, 되려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블레이크는 독일 조종사에게 칼에 찔려 중상을 입고, 스코필드가 안타깝게 지켜보는 가운데 끝내 숨을 거둡니다.
블레이크는 임무 도중 죽음을 맞지만, 스코필드는 친구의 뜻을 이어받아 홀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결심합니다. 이 순간부터 영화는 스코필드의 단독 임무 수행기로 전환됩니다.
마을 속 추격과 폐허, 인간성을 잃어가는 전쟁
스코필드는 독일군의 경계가 삼엄한 폐허가 된 마을을 지나야 합니다.
밤이 되며 조명이 번쩍이고, 적의 총성이 울리는 속에서 그는 도주를 이어갑니다. 그는 지하실에 숨어 있는 프랑스 여인과 어린아이를 만나기도 하지만, 오래 머무를 수 없습니다.
이 장면은 불안정한 빛과 음향 속에서 긴박함을 극대화하며, 전쟁의 무차별성과 혼란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스코필드는 이 폐허 속에서도 인간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강물과 진흙, 마지막 발걸음
스코필드는 폭파된 다리에서 강으로 떨어지고, 거센 물살에 휩쓸립니다. 그는 가까스로 강둑에 올라온 뒤 숲 속에서 동요를 부르는 영국군 병사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때 그는 도착지가 가까워졌음을 인식하고 다시 힘을 내 달립니다.
시간은 촉박하고, 제2대대는 곧 독일군 진지를 향해 돌격할 참입니다.
스코필드는 포화를 뚫고 사령관에게 명령서를 전달하며 가까스로 공격을 중단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그는 블레이크의 형 조셉을 찾아가 동생의 죽음을 전하며, 조용한 위로의 순간이 이어집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코필드는 한 나무 아래 앉아 가족 사진을 꺼내보며, 전쟁 속에서 지켜야 했던 인간적인 삶의 조각을 되새깁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1917〉은 2019년 말 미국에서 개봉되어 2020년 전 세계로 확산되며 큰 주목을 받은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전편을 한 번에 찍은 듯한’ 롱 테이크 형식으로 화제가 되었으며, 실제로 여러 장면을 무편집처럼 이어붙인 혁신적인 촬영 방식이 깊은 몰입감을 선사해 영화 팬과 평단 모두에게 극찬을 받았습니다.
감독 샘 멘데스는 자신의 조부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했으며, 영화는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혼합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며 예술성과 기술력을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IMAX와 대형 스크린 상영이 활발히 이뤄지며 관객들에게도 전쟁 영화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샘 멘데스 감독은 〈1917〉을 통해 전쟁의 영웅담보다 인간의 고통과 희생, 그리고 사명감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롱 테이크 기법은 전투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면서도,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걷고 숨 쉬며 전쟁을 체험하게 만듭니다.
감독은 “영웅은 위대해서가 아니라,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움직인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전쟁의 무용담이 아닌 인간적인 고뇌와 진정성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