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 해준과 용의자 서래 사이의 감정적 교류와 수사 과정을 따라가며, 미스터리와 멜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박찬욱 감독의 심리 서스펜스 영화입니다. 진실과 감정 사이에서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강력계 형사 장해준의 시작 – 질곡동 사건과 의심의 씨앗
부산서부경찰서 강력팀 소속 장해준은 냉철하고 신중한 성격의 40대 초반 경감입니다.
사격 연습을 마친 후 동료 형사 오수완과 함께 ‘질곡동 사건’에 대해 논의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자고 나섭니다. 해준은 용의자 이지구의 활동을 추적하고자 PC방에서 정보를 얻고 잠복 수사를 지시합니다.
이후 졸음운전을 하며 아내가 있는 ‘이포’로 향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의 아내 정안은 주말부부 생활에 불안을 느낍니다.
해준은 주말에 함께 식사를 하자며 달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곧 어두워지고 불길한 음악이 흘러 나옵니다.
기도수의 시체와 서래의 첫 등장 – 의문을 품게 되는 순간
구소산 정상, 해준과 수완은 등산 중 추락사한 인물 기도수의 시체를 조사합니다.
그의 소지품엔 ‘KDS’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고, 해준은 기계적으로 인공눈물을 넣으며 감정을 숨깁니다. 스마트폰을 조사하던 중, 기도수의 젊은 중국 출신 아내 송서래가 등장합니다.
서래는 유창하지 않은 한국어로 응대하며 남편의 죽음에 대해 애매한 반응을 보입니다. 해준은 그녀에게 스마트폰 패턴을 묻는 동시에, 감정이 결여된 듯한 태도에 의심을 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서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며, 점차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됩니다.
서래를 향한 이중 감정 – 동정? 사랑?
해준은 서래가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그녀는 심문 중에도 침착하며, 기도수의 사망에 대해 의심스러운 알리바이를 주장합니다.
해준은 그녀의 일상을 미행하고, 아이스크림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 병든 할머니를 돌보는 헌신적인 모습에 감정적으로 동요합니다.
한편 해준과 정안 사이에는 갈등이 깊어지고, 해준은 정신적으로 서래에게 더욱 기울어갑니다.
수완은 서래를 거칠게 대하며 범죄 혐의를 강조하지만, 해준은 그녀의 편에 서서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려 애씁니다. 모둠초밥을 함께 먹으며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지려 합니다.
진실에 가까워지는 수사 – 뒤바뀐 알리바이
수사 중 해준은 서래가 간병을 월요일이 아닌 일요일에 했다는 사실을 포착합니다. 이로 인해 그녀가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르고 알리바이를 조작했다는 점을 밝혀냅니다.
서래는 결국 남편 기도수가 다른 남성에게 협박받다 자살했고, 그 사실을 은폐하려 했음을 털어놓습니다.
해준은 자신의 직업적 윤리와 감정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겪습니다.
그는 서래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질책하는 데 머물 뿐, 수사관으로서의 마무리를 망설입니다. 그녀에게 증거물을 바다에 버리도록 지시하며, 서로의 감정을 남긴 채 이별합니다.
끝내 헤어질 결심 – 바닷속으로 사라진 사랑
서래는 해준의 집을 찾아가 사진을 모두 태우고 떠나며, 해준은 그녀를 끝까지 의식합니다.
두 사람은 절간에서 짧은 데이트를 즐기고, 해준은 수면장애를 치유받는 듯한 안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서래가 범인임을 확신하게 되고, 사랑과 의무 사이에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서래가 바닷속에 자신을 묻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녀는 해준이 결코 찾을 수 없도록 스스로를 지우고, 해준은 무너진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오열합니다. 제목처럼, 누군가는 끝내 헤어질 결심을 해야 했습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2022년 개봉한 영화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외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박해일과 탕웨이의 절제된 연기, 정서적 긴장감을 높인 영상미, 조영욱 음악감독의 감성적 스코어가 어우러져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 찬사를 받았습니다. “멜로인지 스릴러인지 끝까지 궁금한 영화”라는 평과 함께,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섬세한 인물 묘사가 재조명되었습니다.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는 이별의 철학이 관객들 사이에서 깊은 여운을 남기며 오랫동안 회자되었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박찬욱 감독은 ‘사랑과 죄의 경계’, ‘진실을 밝히려는 욕망과 그것을 덮고 싶은 감정’이라는 상반된 심리를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고전 누아르와 멜로 장르를 절묘하게 결합해, 서래와 해준 사이의 미묘한 시선과 감정을 시청자가 느끼게 만듭니다.
중국 배우 탕웨이를 기용함으로써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 이질감을 극적 요소로 활용한 점도 독창적인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