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 윌 비 블러드

19세기 말 미국 석유 붐을 배경으로, 탐욕과 집착에 사로잡힌 석유업자 대니얼 플레인뷰의 삶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사업과 신념, 가족이라는 가면 아래 숨겨진 인간의 본성과 파멸을 치밀한 서사와 강렬한 연기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1. 줄거리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까지 포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은광 사고와 강한 집념의 시작

19세기 말 미국 서부. 광부 대니얼 플레인뷰는 외진 은광에서 홀로 일하던 중, 깊은 갱도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합니다. 다리가 부러져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채굴한 은괴를 가지고 기어 나와 인정을 받습니다.

이후 그는 석유 채굴업으로 전향하여 사업을 키워갑니다.

동료가 유전에서 사고로 사망하자, 그의 어린 아들 H.W.를 양자로 삼고 “가족 중심의 사업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토지를 사들이기 시작합니다.

리틀 보스턴과의 첫 만남, 종교와 탐욕의 충돌

어느 날 폴 선데이라는 청년이 리틀 보스턴이라는 마을에 석유가 있다는 정보를 주고 갑니다. 대니얼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메추리 사냥을 빌미로 현장을 사전 답사하고, 선데이 가족의 땅을 헐값에 매입합니다.

그러나 폴의 쌍둥이 형제 일라이 선데이는 교회를 이끄는 목사로서 석유로 인해 마을이 바뀌는 것을 경계합니다. 대니얼은 일라이를 무시하며 시추를 강행하고, 선데이 목장과 인근 토지를 차례로 매입해나갑니다. 주민들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열고, 학교와 관개시설 등을 약속하며 그들의 신뢰를 얻습니다.

하지만 일라이는 사업에 종교를 끼워 넣으려 하며, 시추 시작을 축복하는 기도를 하겠다고 나섭니다. 이를 거부한 대니얼은 스스로 시추 축성을 진행하고, 이후에는 일라이와의 갈등이 격화되기 시작합니다.

시추 사고와 점점 커져가는 균열

유전 개발이 본격화되던 중, 시추 작업 중 천연가스가 터지면서 H.W.는 폭발음으로 인해 청각을 잃습니다.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유정은 엉망이 되지만, 대니얼은 불타는 광경을 보며 오히려 성공에 가까워졌다는 듯 섬뜩한 만족을 느낍니다.

일라이는 약속한 기부금 5천 달러를 요구하지만 대니얼은 무시하고 오히려 그를 폭행합니다. 이후 대니얼의 집에서 일라이는 아버지에게 패륜적인 폭언을 퍼붓고, 집안의 균열이 점점 더 깊어져 갑니다.

가짜 동생과의 비극, 그리고 치욕의 세례

어느 날, 자신을 이복동생이라 주장하는 헨리가 나타납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공유하며 점점 가까워지지만, 헨리는 사실 대니얼의 진짜 동생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실을 눈치챈 대니얼은 헨리를 총으로 쏘아 살해합니다. 살해 후 흐느끼는 대니얼의 모습은 그의 고독함을 드러냅니다.

다음날, 송유관 설치를 위해 땅을 임대받으려던 대니얼은 조건으로 예배 참석과 세례를 요구받습니다. 세례를 받는 자리에서 일라이는 대니얼에게 종교적 회개를 강요하고, 대중 앞에서 그를 공개적으로 굴욕 줍니다.

대니얼은 결국 모욕을 견디며 헛된 약속을 하고 송유관을 연결하는 데 성공합니다.

황혼의 광기, 파멸과 고독의 끝

대니얼은 백만장자가 되어 커다란 저택에서 혼자 살아갑니다. 아들 H.W.는 성인이 되어 석유 사업을 시작하려 하며, 멕시코로 떠나겠다는 말을 전하러 대니얼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대니얼은 그가 친아들이 아님을 밝히고, “넌 이제 내 적이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H.W.는 슬픈 얼굴로 떠나고, 대니얼은 그가 떠난 후 외로움에 몸을 떱니다.

마지막 장면, 저택의 볼링장에서 일라이가 대니얼을 찾아와 새로운 유전 계약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대니얼은 이미 석유를 뽑아냈다며 조롱하고, 과거 자신을 모욕했던 복수를 감행해 볼링핀으로 일라이를 죽입니다.

집사가 내려와 “무슨 일이냐”고 묻자, 대니얼은 덤덤하게 “다 끝났네(I’m finished)”라고 말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2. 개봉 당시 이슈

2007년 말 공개된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영화계에 강렬한 충격을 안긴 작품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석유업자 대니얼 플레인뷰 역을 위해 실제로 몇 달간 유전 기술을 익히고, 촬영 중에도 캐릭터에 몰입한 나머지 평소에도 플레인뷰처럼 행동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화는 미국 자본주의의 뿌리와 종교적 위선, 인간 내면의 탐욕을 고발하며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고,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촬영상 2관왕에 올랐습니다.

강렬한 음향과 불협화음으로 구성된 음악도 영화 분위기를 배가시키며 관객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고, 국내외 영화 커뮤니티에서는 “현대 자본주의의 본질을 담은 문제작”으로 손꼽히며 긴 시간 회자되었습니다.

3. 감독의 메시지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은 이 영화를 통해 자본주의의 본질과 인간 내면의 탐욕, 고립, 그리고 종교와 권력의 대립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주인공 대니얼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가족, 종교, 도덕조차도 이용하거나 파괴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종교 지도자 일라이와의 대립은 신념과 권력, 위선의 충돌을 상징하며, 영화는 이러한 갈등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현대 사회의 이면을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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